Waster 발음 말입니다만. 이거 읽는 법이 두가지 있습니다.
그냥 보고 바로 읽으면 웨이스터입니다. (사전에 실린 발음입니다.) 그리고 HEMA 계열에서는 저걸 와아스터, 와-스터라고 읽는 사람도 제법 있습니다.
혼돈의 카오스가 맞나 혼돈의 케이어스가 맞나 제게 묻지 마세요. 여튼 그렇더라는 얘깁니다.
잉글리시 롱보우와 워보우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잉글리시 롱보우의 기원은 어디인가? 영국이 웨일즈 롱보우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된 것은 웨일즈 국경 지방을 평정하는 캠페인을 통해서였죠. 이 과정을 두고 영국이 롱보우를 개발해서 웨일즈에 대해 효과를 보면서 대규모로 쓰게 되었다-고 해석하려는 시도도 있으나 이는 좀 잘못됐다고 보고요. 앵글로-색슨 계열 영국 지배자들이 웨일즈를 정복해가는 과정에서 영국은 활의 위력을 몸소 겪으면서 장궁의 효용성을 깨달았고 (사실 그 이전부터 국경분쟁에서 웨일즈인들의 활에 쓴맛을 보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복한 웨일즈 인들을 장궁을 다루는 용병으로 고용했고, 웨일즈 지방을 평정하면 평정할수록 장궁병의 숫자가 늘어갔으며, 웨일즈인 궁병은 이후 영국의 해외 원정과 백년전쟁을 포함해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고 봅니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은 자국민들에게 주말에 활 훈련을 하도록 강제해서 장궁병의 체계적인 양성을 시도했고요.
하지만 바이킹 침입 시절과, 색슨족을 통해 들어온 노르만 계열의 활이 롱보우의 근원이 아닌가 하는 말도 있습니다. 이것도 나름대로 그럴듯하게 들리죠? 둘 중 어느 쪽이 롱보우의 근원일까? 이것을 짚어보려면 색슨-노르만 계열 활, 그리고 웨일즈 활의 형태를 ELB 워보우와 비교해야 할 겁니다.
색슨 활은 오각형 단면의 장궁입니다. 길이 5피트 가량, 영국식 워보우만큼 아주 큰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장궁 체급이긴 하죠. 드물게 유물이 남아있는데 피재와 심재를 이용하여 가공한 것으로 보이고요.
웨일즈 활은 유물이 전혀 없습니다. 12세기 사람인 기랄두스라는 사람이 웨일즈 인의 활이 플랫보우라고 썼다는 것의 번역이 하나 존재하긴 하는데, 그걸 번역한 사람은 영국에 롱보우가 전해진 것이 스칸디나비아를 통해서였다고 주장하는 스웨덴 사람이라서 사심이 좀 들어간게 아닌가 의심스럽... 그것 외의 기록에는 웨일즈 활이 플랫보우라는 기록이 전혀 없슴다. 웨일즈 활을 묘사한 다른 기록을 보면 '웨일즈인의 활은 뿔이나 상아나 주목(yew)이 아닌, 야생 느릅나무(elm)로 만들었는데, 예쁘게 다듬는 것과는 거리가 먼 형태였다; 거칠고 울퉁불퉁하기 짝이 없는데, 하지만 굵고 매우 강하기 때문에 화살을 매우 멀리 날릴뿐만 아니라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웨일즈 활에 대한 기록의 단편 중 하나인데, 거칠고 울퉁불퉁하다는 표현을 굵고 짧은 형태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가끔 있죠. 그래서 웨일즈 활이 단궁이었다는 주장도 있을 지경이입니다. 뭐 제 생각에는 딱히 짧은 활이라는 뜻은 아닌 것 같더군요.
익히 알려져있듯 ELB의 단면은 D 형입니다. 그 엄청난 길이와 D형 단면구조를 생각하면 색슨 바이킹 장궁과 웨일즈의 울퉁불퉁한 활 어느 쪽에도 완벽히 부합하지 않는 결과입니다. 제길...
그런데, 사실 D형 구조가 된 것에는 나름의 심모원려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구조상 플랫보우 쪽이 에너지 전달 효율이 더 좋은게 확실합니다. D형 단면은 군살이 되게 많이 붇은 형태이고 활의 위력과 사거리에 기여하는 효율이 부족해서 효율로 말하자면 플랫보우에 못미칩니다. 하지만 단점만 있는건 아니고요. D형 단면은 에너지 전달 효율은 떨어져도 더 튼튼하고, 장기적으로 견고하며, 가공과 제작이 쉬운 안정적인 형태라죠. 사냥용 활은 60파운드 정도면 어떤 사냥감을 잡을때도 문제없이 통하므로 효율이 더 좋은 플랫 보우로도 충분하겠으나, 수시로 무거운 화살을 멀리 쏘아날려야 하는 전쟁용으로는 터프한 신뢰성이 더 중시되었기 때문에 D형 단면을 채용한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영국 워보우가 D형 단면이었던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이 시점에서 군용으로 사용하던 장력 100파운드 넘는 활들은 워보우가 될 것입니다. ELB는 장력에 관계없이 영국식 장궁의 형태를 가진 놈으로 보는게 적당할 것이고요. ELB 구조이면서 장력이 약하고 전쟁에 쓰지 않았다면, ELB일수는 있어도 워보우일수는 없겠죠.
줄여서,
1) 웨일즈인들의 활이 유명하다. 웨일즈 국경 분쟁에서 실제로 쓴맛을 본다.
2) 영국이 웨일즈를 정복하면서 점차 웨일즈인들을 궁수 용병으로 고용한다. 본격적인 영국 장궁수 시대 개막.
3) 아울러 장기적인 궁병 확보를 위해 자국민의 무장과 훈련을 법제화시켜서 장궁병을 체계적으로 양성한다. 이 시점에서 군용으로 쓰기 적합하도록 견고한 D형에 유난히 기다란, 독자적인 ELB 스타일이 형성.
4) 백년전쟁에서 효과를 단단히 본다.
5) ????
6) PROFIT!
한마디로 장궁수 대량도입은 웨일즈에 영향받았고, 장궁 스타일은 웨일즈나 색슨도 아닌 자체적인 고안의 결과 아닐까 싶습니다. 나쁘지 않은 추론이죠? 보충할만한 사료를 찾으면 추가해보겠습니다.
http://forum.sword-buyers-guide.com/viewtopic.php?f=3&t=3484
다크소드 아머리에서는 앤티크 처리를 해서 발굴품처럼 보이게 만든 장식품 라인, Excavation Series라는걸 만들고 있나 보네요. 싼 값에 발굴된 진짜 유물처럼 보이게 만들어주는... ㅋㅋ 예전에 중국계 모조품 생산 회사에서, 고대부터 2차대전까지 각 시대의 유물을 만들어서 땅에 파묻고 묵히는 앤티크 처리라는걸 해서 진품인척 파는 걸로 악명이 높았던게 생각납니다. 물론 이쪽은 정직하게 모조라고 말하는 것입니다만. 여튼 재밌는 컨셉이네요.
프랜시스 버튼 경의 저서 검의 담론(Sentiment of the Sword)에 보면, botte segrete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프랑스인들이 les botte segrete(비밀의 기술)라고 부르는 비밀스럽고 절대 막을 수 없는 필살기가 있다는데 그것의 상세가 어떻게 되느냐, 왜 그것을 검술 교실에서 가르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인데요.
버튼 경은 이렇게 답합니다. 난 그놈의 비밀스러운 기술이란게 존재한다고도 믿지 않고, botta segrete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절대방어기술인 parata universale라는 웃기는 안티테제도 믿지 않는다. 그런게 있더라도 가르치면 더이상 비밀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그와 유사한 것의 가능성의 영역에 대해서는 논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야기가 길어지지요. 대략 잘 알려지지 않은, 검객들도 의외로 여기는 공격이 그에 유사한 것일 거라고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아마 정형화된 어떤 비밀의 절대 필살기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비밀의 기술이라는 것이 왠지 호기심이 동하고 끌리는 매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독일 검술, 스페인 검술을 좋아하는 것도 마스터컷의 존재, 스페니시 서클의 존재 덕분이겠죠ㅋ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거의 막거나 대응하기 힘든) 필살기에 가까운 것은 있을수 있고, 그것을 깔끔하게 이론화시켜서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고급 시스템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비밀의 검, 절대의 방어는 없겠지만, 그에 가까워지기 위한 훈련이야말로 비밀의 검이 아닐까요. 여튼 열심히 하고 볼 일입니다.
다시 한동안 블러그를 비울 예정입니다. 다음까지 건강하세요.
그냥 보고 바로 읽으면 웨이스터입니다. (사전에 실린 발음입니다.) 그리고 HEMA 계열에서는 저걸 와아스터, 와-스터라고 읽는 사람도 제법 있습니다.
혼돈의 카오스가 맞나 혼돈의 케이어스가 맞나 제게 묻지 마세요. 여튼 그렇더라는 얘깁니다.
잉글리시 롱보우와 워보우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잉글리시 롱보우의 기원은 어디인가? 영국이 웨일즈 롱보우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된 것은 웨일즈 국경 지방을 평정하는 캠페인을 통해서였죠. 이 과정을 두고 영국이 롱보우를 개발해서 웨일즈에 대해 효과를 보면서 대규모로 쓰게 되었다-고 해석하려는 시도도 있으나 이는 좀 잘못됐다고 보고요. 앵글로-색슨 계열 영국 지배자들이 웨일즈를 정복해가는 과정에서 영국은 활의 위력을 몸소 겪으면서 장궁의 효용성을 깨달았고 (사실 그 이전부터 국경분쟁에서 웨일즈인들의 활에 쓴맛을 보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복한 웨일즈 인들을 장궁을 다루는 용병으로 고용했고, 웨일즈 지방을 평정하면 평정할수록 장궁병의 숫자가 늘어갔으며, 웨일즈인 궁병은 이후 영국의 해외 원정과 백년전쟁을 포함해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고 봅니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은 자국민들에게 주말에 활 훈련을 하도록 강제해서 장궁병의 체계적인 양성을 시도했고요.
하지만 바이킹 침입 시절과, 색슨족을 통해 들어온 노르만 계열의 활이 롱보우의 근원이 아닌가 하는 말도 있습니다. 이것도 나름대로 그럴듯하게 들리죠? 둘 중 어느 쪽이 롱보우의 근원일까? 이것을 짚어보려면 색슨-노르만 계열 활, 그리고 웨일즈 활의 형태를 ELB 워보우와 비교해야 할 겁니다.
색슨 활은 오각형 단면의 장궁입니다. 길이 5피트 가량, 영국식 워보우만큼 아주 큰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장궁 체급이긴 하죠. 드물게 유물이 남아있는데 피재와 심재를 이용하여 가공한 것으로 보이고요.
웨일즈 활은 유물이 전혀 없습니다. 12세기 사람인 기랄두스라는 사람이 웨일즈 인의 활이 플랫보우라고 썼다는 것의 번역이 하나 존재하긴 하는데, 그걸 번역한 사람은 영국에 롱보우가 전해진 것이 스칸디나비아를 통해서였다고 주장하는 스웨덴 사람이라서 사심이 좀 들어간게 아닌가 의심스럽... 그것 외의 기록에는 웨일즈 활이 플랫보우라는 기록이 전혀 없슴다. 웨일즈 활을 묘사한 다른 기록을 보면 '웨일즈인의 활은 뿔이나 상아나 주목(yew)이 아닌, 야생 느릅나무(elm)로 만들었는데, 예쁘게 다듬는 것과는 거리가 먼 형태였다; 거칠고 울퉁불퉁하기 짝이 없는데, 하지만 굵고 매우 강하기 때문에 화살을 매우 멀리 날릴뿐만 아니라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웨일즈 활에 대한 기록의 단편 중 하나인데, 거칠고 울퉁불퉁하다는 표현을 굵고 짧은 형태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가끔 있죠. 그래서 웨일즈 활이 단궁이었다는 주장도 있을 지경이입니다. 뭐 제 생각에는 딱히 짧은 활이라는 뜻은 아닌 것 같더군요.
익히 알려져있듯 ELB의 단면은 D 형입니다. 그 엄청난 길이와 D형 단면구조를 생각하면 색슨 바이킹 장궁과 웨일즈의 울퉁불퉁한 활 어느 쪽에도 완벽히 부합하지 않는 결과입니다. 제길...
그런데, 사실 D형 구조가 된 것에는 나름의 심모원려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구조상 플랫보우 쪽이 에너지 전달 효율이 더 좋은게 확실합니다. D형 단면은 군살이 되게 많이 붇은 형태이고 활의 위력과 사거리에 기여하는 효율이 부족해서 효율로 말하자면 플랫보우에 못미칩니다. 하지만 단점만 있는건 아니고요. D형 단면은 에너지 전달 효율은 떨어져도 더 튼튼하고, 장기적으로 견고하며, 가공과 제작이 쉬운 안정적인 형태라죠. 사냥용 활은 60파운드 정도면 어떤 사냥감을 잡을때도 문제없이 통하므로 효율이 더 좋은 플랫 보우로도 충분하겠으나, 수시로 무거운 화살을 멀리 쏘아날려야 하는 전쟁용으로는 터프한 신뢰성이 더 중시되었기 때문에 D형 단면을 채용한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영국 워보우가 D형 단면이었던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이 시점에서 군용으로 사용하던 장력 100파운드 넘는 활들은 워보우가 될 것입니다. ELB는 장력에 관계없이 영국식 장궁의 형태를 가진 놈으로 보는게 적당할 것이고요. ELB 구조이면서 장력이 약하고 전쟁에 쓰지 않았다면, ELB일수는 있어도 워보우일수는 없겠죠.
줄여서,
1) 웨일즈인들의 활이 유명하다. 웨일즈 국경 분쟁에서 실제로 쓴맛을 본다.
2) 영국이 웨일즈를 정복하면서 점차 웨일즈인들을 궁수 용병으로 고용한다. 본격적인 영국 장궁수 시대 개막.
3) 아울러 장기적인 궁병 확보를 위해 자국민의 무장과 훈련을 법제화시켜서 장궁병을 체계적으로 양성한다. 이 시점에서 군용으로 쓰기 적합하도록 견고한 D형에 유난히 기다란, 독자적인 ELB 스타일이 형성.
4) 백년전쟁에서 효과를 단단히 본다.
5) ????
6) PROFIT!
한마디로 장궁수 대량도입은 웨일즈에 영향받았고, 장궁 스타일은 웨일즈나 색슨도 아닌 자체적인 고안의 결과 아닐까 싶습니다. 나쁘지 않은 추론이죠? 보충할만한 사료를 찾으면 추가해보겠습니다.
http://forum.sword-buyers-guide.com/viewtopic.php?f=3&t=3484
다크소드 아머리에서는 앤티크 처리를 해서 발굴품처럼 보이게 만든 장식품 라인, Excavation Series라는걸 만들고 있나 보네요. 싼 값에 발굴된 진짜 유물처럼 보이게 만들어주는... ㅋㅋ 예전에 중국계 모조품 생산 회사에서, 고대부터 2차대전까지 각 시대의 유물을 만들어서 땅에 파묻고 묵히는 앤티크 처리라는걸 해서 진품인척 파는 걸로 악명이 높았던게 생각납니다. 물론 이쪽은 정직하게 모조라고 말하는 것입니다만. 여튼 재밌는 컨셉이네요.
프랜시스 버튼 경의 저서 검의 담론(Sentiment of the Sword)에 보면, botte segrete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프랑스인들이 les botte segrete(비밀의 기술)라고 부르는 비밀스럽고 절대 막을 수 없는 필살기가 있다는데 그것의 상세가 어떻게 되느냐, 왜 그것을 검술 교실에서 가르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인데요.
버튼 경은 이렇게 답합니다. 난 그놈의 비밀스러운 기술이란게 존재한다고도 믿지 않고, botta segrete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절대방어기술인 parata universale라는 웃기는 안티테제도 믿지 않는다. 그런게 있더라도 가르치면 더이상 비밀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그와 유사한 것의 가능성의 영역에 대해서는 논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야기가 길어지지요. 대략 잘 알려지지 않은, 검객들도 의외로 여기는 공격이 그에 유사한 것일 거라고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아마 정형화된 어떤 비밀의 절대 필살기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비밀의 기술이라는 것이 왠지 호기심이 동하고 끌리는 매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독일 검술, 스페인 검술을 좋아하는 것도 마스터컷의 존재, 스페니시 서클의 존재 덕분이겠죠ㅋ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거의 막거나 대응하기 힘든) 필살기에 가까운 것은 있을수 있고, 그것을 깔끔하게 이론화시켜서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고급 시스템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비밀의 검, 절대의 방어는 없겠지만, 그에 가까워지기 위한 훈련이야말로 비밀의 검이 아닐까요. 여튼 열심히 하고 볼 일입니다.
다시 한동안 블러그를 비울 예정입니다. 다음까지 건강하세요.
최근 덧글